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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원 글모음(11)

[문예공간]

바람 부는 날에 만난 고양이

김 영원

밤새 무섭도록 불어대던 바람이 아침이면 그치려나 기대했는데

그치기는커녕 오히려 강도가 더 심해져간다.

건너편 쓰레기 모아둔 곳에 있던 재활용품속의 신문지며 스치로폼이 주인을 찾으러 다니는지

이리저리 날아다니다 아무 곳에나 떨어져 바람 따라 굴러다닌다.

바람이 불자 우리는 평상위에서 말리고 있던 메주부터 황급히 들여놓는데

내 몸을 가누기가 힘들 정도이니 오늘 바람은 사람을 이기려고 든다.

앞뒤가 탁 트인 곳에 자리한 우리 집은 바람이 자유로이 지나칠 수 있어서인지

솔잎이며 가을 낙엽이 집 모퉁이에 날아들어 쌓이기 때문에 여간 번거롭지가 않다.

남편과 나는 오늘도 바람설거지를 하느라 분주히 움직이는데

이 바람 속에서도 먹을 것 찾는 고양이 한 마리가 가만가만 우리들 눈치를 보며

건너편에서 쓰레기봉투를 긁고 있다.

바람 부는 날에 만난 고양이…

우리 식구들에겐 잊히지 않는 한 가지 사건이 있다.

그날도 오늘처럼 바람이 몹시 부는 4월말 해거름 녘이었다.

더구나 그날은 돌풍이 어찌나 세게 불던지 달리는 자동차도 밀릴 것 같던 날이었다.

바람설거지를 하던 남편이 갑자기 집 앞 차도위에서

새끼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하고 데려왔다.

추측하건데 돌풍에 날려서 길바닥까지 밀려 길을 잃은 것 같았다.

손바닥 안에 들어 올만큼 작은 새끼고양이는 잘 걷지도 못해 비틀거렸고

쥐눈이콩을 연상케 하는 아주 작고 까만 눈은 기운이 없어서인지 거의 감고 있었다.

그런데도 얼마나 어미 찾느라 먹지도 않고 시끄럽게 우는지 하는 수없이

박스에 방석을 깔고 따뜻하게 감싸서 밖에다 재우기로 했다.

밖은 여전히 바람소리 파도소리로 시끄러운데도 처마 밑의 새끼고양이는

비교적 잘 자는 편인 듯 했다.

이튿날은 바람도 자고 바다도 평온했다.

그 날도 새끼고양이를 집 안팎으로 데리고 들락거리면서 먹이를 겨우 좀 먹여보았다.

어제보다는 그래도 진정이 되는 것 같았으나 밤이 되니 또 심하게 우는 통에

다시 밖에다 재울 수밖에 없었다.

동물사랑이 각별한 딸애는 보기에 딱했던지 데리고 들어오자고 날 조르고

나는 어미가 데리고 갈 것이라고 그냥 두자고 해가며 실랑이를 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방안에서 잠자던 우리 집 강아지 세 마리가 일시에 우르르

거실로 몰려나와 굉장히 시끄럽게 짖어대고

동시에 밖에서는 낯선 고양이울음소리가 아주 크게 두 번 연거푸 들렸다.

그 소리는 여직 것 우리가 들어보던 고양이 울음소리가 아니었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소름이 돋을 만큼의 무섭고 높은 큰 소리였다.

딸애가 얼른 창문을 열고 밖을 보니

고양이 한마리가 길을 건너 솔숲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순간,

“어미인가보다.”하고 남편이 재빨리 밖에 나가봤는데

있어야 할 곳에 새끼고양이가 보이지 않았다.

부근을 아무리 찾아봐도 새끼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

조금 전 딸애가 본 고양이의 뒷모습은 이미 어미가 새끼를 물고 갈 때였던 것이었다.

들 고양이의 보금자리는 바닷가 숲속 어디엔가 있는 모양이었다.

어미는 새끼를 찾느라 크게 울며 다니고

새끼는 어미 찾느라 또 그렇게 울어댔던 모양이다.

아니 어쩌면 어미의 그 무서운 울음은

새끼를 찾은 어미의 감격적인 울음이었을지도 모른다.

전날 밤엔 아마도 바람소리, 파도소리 때문에 서로의 울음을

확인 할 길이 없었던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끼를 잃은 어미는 기나긴 그 시간을 얼마나 찾아 헤매고 다녔을까….

우리는 흔히 제 구실도 못하는 사람보고 짐승만도 못하다는 말을 하지만

이 광경을 목격한 우리는 그 말을 확인한 것 같은 생각에

서로를 쳐다보기만 했을 뿐 잠시 동안 할 말을 잊고 묵묵히 서있기만 했었다.

나는 마음 한구석에 자릿한 전율을 느끼면서

갑자기 떨어져있는 내 아이들이 보고 싶어지기도 했다.

한갓 보잘 것 없는 짐승이지만 자식사랑은

사람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는 걸 깨닫는 시간이었다.

우리를 주시해가며 살금살금 쓰레기봉투를 뒤지던 고양이는

드디어 무언가를 찾은 모양이다.

먹을 것을 입에 물고 바람 속으로 잽싸게 도망간다.

필시 저 고양이도 제 새끼 굶기지 않으려고 이 바람 속에 먹이를 구하러 다닌 것이리라.

바람이 분들 무엇이 겁날까.

비바람에 태풍속이라도 새끼를 위해서는 얼마든지 뛰어들 용기가 있었을 것이다.

자식을 위해서는 그 어떤 고통도 감수하는 부모들의 위대한 힘이

어찌 사람에게만 국한 되었겠는가

남편과 나는 일하던 손을 멈추고

달려가는 고양이를 애틋한 마음으로 바라보며

바람 부는 속에서 오래토록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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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64

토크세미나-이순신의 거북선과 이사부의 사···

[문화예술단체]

No. 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