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문학은 나에게 무엇인가. -
문학은 나에게 마중물이다.
문학?
참 어려운 말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나에게는 마중물 같은 매우 중요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지금은 신식 수도가 들어와 볼 수도 들을 수도 어렵지만 내가 어릴 때는 몇 집 건너 하나씩 서있던 펌프에서는 이상한 소리를 따라 올라오는 물소리를 들으며 자랐다.
한창 가물 때면 그 소리는 더욱 심하게 부걱부걱 소리를 질렀다.
30년 전 시댁에 들어가면서 펌프와 같이 생활을 하였지만 그것도 잠깐, 시골에도 수돗물이 들어오는 바람에 우리 집도 펌프대만 제자리를 지키고 서있었다. 옛 어른들은 해가지면 펌프소리가 나지 못하게 하였기에 땅거미가 지기 전에 부지런히 물을 길어 가마솥을 채워야 하였다.
땅속에 물을 끌어 올리는 펌프는 가물 때면 물을 당기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목마른 사람이 샘을 판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는 끅끅대는 그를 도와 물 한바가지를 부어준다. 기다렸다는 듯이 힘을 얻은 펌프는 신이라도 난 듯 콸콸 힘차게 물을 당겨 올린다.
처음 올라온 물은 녹물이 올라오기도 하였지만 잠시 후 뒤따라 나온 그 물맛은 먹어 본 사람이라야 알 수 있다.
문학?
내 삶이 힘들어 주저앉을 때마다 글이 있었기에 오뚝이처럼 일어설 수 있었다. 유년시절 어려웠던 나의 일상들, 기쁘고, 슬픈 일들이 문학이 아니었다면 그때 이미 내 마음은 상처를 안고 세상을 바라다보았을 것이다.
문예창작을 통하여 문학이란 것은 나에게 있어 마중물이라 말할 수 있다. 우울증으로 깊은 시름에 빠져 사는 내 동생을 바라보며 너도 글을 많이 읽고 마음을 쏟아 보았더라면 이렇게 까지 힘들지 않았을 텐데 이일을 어쩌면 좋으랴... 라며 친정에 온 동생에게 한바가지 마중물을 부어주었다.
신앙을 가지고 있는 아이라 성경책은 늘 손에 들고 살지만 남의 글은 많이 읽어보지 못하였다.
우리가 책을 통해 얼마나 많은 이웃을 만날 수 있는가...
나는 동생에게 자기보다 어려운 남의 삶을 전해주며 마음을 열게 하여보았으나 이미 깊은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동생에겐 받아들이는 힘조차 없어졌다.
심할 때는 정신병원까지 드나들어야 하는 것이다.
화창한 어느 봄날 친정에 뜬금없이 편지7통이 날아왔다. 깜짝 놀라 열어 보았더니 병원에 있던 동생이 보내온 것이다. 유년에 어려운 환경에서 배움이 짧았던 동생이 드문드문 받침자도 날려 보낸 삐뚤빼뚤 굴려 쓴 깨알 같은 글을 엄마, 아버지 그리고 5남매에게 보내온 것이다.
순간 쏟아지는 눈물은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동안 동생의 가슴속에 고여 썩고 있던 물이 일전에 내가 주었던 마중물의 힘으로 끌어당기고 있었던 것이다.
어릴 때 가슴 아픈 사연들을 어쩌면 그렇게도 많이 쏟아내고 있었는지...
그러나 우리 부모님과 남매들이 동생의 아픈 기억들을 위로해주고 보듬어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니 모두들 자랄 때에는 누구나 부모에게 야단도 들으며 형제들과 다투며 사는 것이지” 라며 모두 그편지에 무관심하였다.
병마와 다투던 동생이 어느 날 친정에 왔다. 편지를 보내놓고 위로받지 못하였던 슬픈 마음을 마구 털어놓았다. 나는 동생을 다독이며 사과도 하고 내가 살아왔던 지난날의 모습이 담긴 글도 보여주곤 하였다.
동생의 얼굴이 차츰 펴지고 있었다.
마중물!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문학을 통하여 꿈틀꿈틀 고개를 내밀며 피어오르고 있다.
인생사 힘들고, 기쁘고, 슬프고, 다 그렇고 그런 것이 아닌가.
주변에 목말라하는 친구가 보이면 한바가지 물을 떠주며 기다려본다. 물을 마신 모든 이들이 마음의문이 열리며 환한 미소가 그려지는 것을 보고 있다.
나에게 있어 바로 이것이 문학이다.
몇 년 전부터 문화 센터와 노인들 계신 곳, 장애인시설, 교도소, 어린이집을 방문하여 수필, 시, 동화를 읽어드리며 지는 노을을 걷고 있다.
많은 이웃들이 글을 통하여 울고 웃고 하는 것을 보며 문학은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썩은 분비물까지도 세척해주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주변이 따뜻해 질 때 마다 마중물을 한번 씩 생각하곤 한다.
어지럽고 넓은 세상, 구석구석 내가 필요한 곳이 있다면 마중물이 되어 살아가고 싶다.
|
|
|
|
|
|
주요서비스
